전체 글40 그늘에서 해방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족함 없이 자랐을 것 같다는 말을 주위에서 들었다. 그러나 나의 세상은 그러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사회는 경쟁이라며 그중에서 나는 특별히 남들과 다르게 앞서가야 한다고 했다. 어렸을 때는 심하지 않았다. 그저 아들에게 향하는 충고나 조언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성장할수록 압박은 심해졌다. 초등학교가 되어서 여러 학원에 다녔다. 피아노, 발레, 미술, 보습 학원 등을 말이다. 학원에 다닌 그것부터가 문제였다. 어머니는 나의 이런 바쁜 생활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만 크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달랐다. 평범하게 그저 중간만 가는 생활은 실패자라고 너는 모든 아낌없는 지원을 받는 그런 존재니 남들과는 달라야 한다고 말이다. 이 .. 2024. 11. 19. 귀인 영애는 최근 들어 화가 많아졌다. 모든 것들이 그리고 조그마한 것까지도 그녀를 화나게 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자 그녀의 남편인 창준이 자는 모습을 보았다. 그것을 한심하게 여기었다. 창준을 한심하게 여기게 된 것은 그가 일을 그만두게 된 것부터 시작했다. 남편인 창준은 원래 공무원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서라며 무작정 일을 그만두었다. 그가 선택한 것은 귀농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자 작은 사업을 하나 시작했다. 물론 실패하고 말았고 그 이후에도 계속 사업이 실패하자 술을 마셨다. 처음에 시작한 한 두 잔의 소주는 어느새 한두 병으로 바뀌었고 이내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술을 만취할 때까지 마셔야 했다. 그날도 다르지 않게 창준은 술 냄새를 풍기며 자고 있던 것.. 2024. 11. 18. 보라색 장미 처음에 대학에 들어갔을 때 누구보다도 튀는 성격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옷은 준수하게 입는 편이고 잘생겼다고 생각할 외모는 아니었지만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그렇게 대학 생활을 누리던 도중 다가온 한 친구가 있었는데 몸은 왜소하고 하얀 피부를 가진 이태건이었다. 외형에 맞지 않게 굵고 낮은 저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 친구를 시작으로 나는 여자에 대해 알게 되었다.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남녀 구분하지 않고 기숙사에 사는 사람들끼리 모임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마른 몸매에 큰 눈동자 오뚝한 콧날을 가진 김우정이라는 여자애였다. 말을 할 때마다 우정이가 보여주는 눈웃음은 설렘이라는 감정을 받게 해주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정이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남자친구의 간섭 .. 2024. 11. 17. 동반자의 이별 우리 가족은 무언가 결핍되었다. 맞벌이하느라 늦게 들어오는 부모님, 그리고 각자 방에서 나오지 않는 나와 여동생만 보아도 가족들의 연대감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던 도중 동생의 생일이 다가오는 시점에 동생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와 나는 반대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머니의 의견에 뜻을 따르겠다는 나였다. 어머니는 한 소중한 생명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강조했다. 그에 반해 동생은 키울 수 있다며 아버지에게 끝임없이 말했다.동생의 생일날 아버지는 그날 유독 늦으셨다. 동생과 함께 말이다. 어머니와 나는 연락해 봤지만, 돌아오는 연락은 밥을 먹고 온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저녁 10시가 되어서야 문이 열렸다. 아버지의 손에는 정말 작고 귀여운 강아지가 있었다. 동생은 함박.. 2024. 11. 16. #018 월요일 아침이 되고 저는 아버지보다 빠르게 잠에서 깼습니다. 저번에 마신 숙취가 지금이라도 올라오는 것처럼 두통이 느껴졌습니다. 아버지에게는 아직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괜히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몇십 년 만에 보는 어머니 앞에서는 적어도 후줄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지는 않았지만, 당신이 없어도 우리는 지금 잘살고 있다는 생각을 각인시켜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깔끔하게 입었습니다. 아버지는 출근하면서 거실에서 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저를 보고 말했습니다.“오늘 어디가냐?”“아뇨. 그냥 한번 입어보고 싶어서요.”“특이하네. 그래. 출근한다.”“조심해서 다녀오세요.”아버지가 나가고 저는 거울을 보며 몸 곳곳을 봤습니다. 혹시라도 조금의 티.. 2024. 11. 15. #017 2개월이 지나고 종강까지 3주가 남았을 때 더위가 몰려왔습니다. 저와 우요한의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서로를 사랑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다른 애들과 달리 철학적인 물음을 가지는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때마다 귀결되는 것은 자살은 개인의 권리라는 종착점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겁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삶을 더 연장하고 싶은 것인지 저희는 쉽게 시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누군가 고통 없이 자신을 죽여주기를 원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중간고사는 둘 다 겨우 F 학점을 맞지 않을 정도로만 공부했습니다. 교양, 전공 상관없이 말이죠. 공부에 흥미가 없었던 것도 맞고 정해놓은 틀에 대해 답만을 요구하는 방식에 반항 감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사춘기가 막 .. 2024. 11. 14.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