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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자격 박탈 (장편 소설)

#011

by 에세이와 소설 2024.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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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그 말 때문인 걸까요. 김한운은 그 뒤로 아침에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치 제가 그를 찾는 것 같은 오묘한 느낌 말이죠. 그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 일상의 하나 중을 깨뜨리는 일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몸은 달랐습니다. 저번에 피웠던 담배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에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를 찾아야 했습니다. 적어도, 몸이 원하는 진정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때의 그 선배를 찾아가서 말했습니다.

요새 한운이가 안 보여서요.”

아 한운이? 오늘 수업 끝나고 학교 앞으로 온다는데. 근데 왜?”

그들과 같이 어울리면서 다니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 기분을 감정하는 게 더 우선이었기에 제가 말했습니다.

저도 같이 있어도 돼요?”

네 맘이지 뭐.”

그럼 수업 끝나고 뵙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저는 다시 제 반으로 들어갔습니다.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고 엎드려서 자도 아무도 깨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자마자 가방을 싸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학교 앞에는 오토바이 한 대가 놓여있었고 그 옆에는 김한운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는 저를 보더니 흠칫 놀라며 오토바이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가려 했습니다. 그때 제가 소리치면서 그를 불렀습니다.

! 김한운!”

그러더니 그는 뒤를 한 번 돌아보고 자신이 잘못 들었는지 잠깐 판별했습니다. 제가 그를 향해 다가가자 그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님을 인지하고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

나보고 왜 도망가냐.”

네가 저번에 오지 말라고 했으니까?”

그 말은 못 들은 거로 해.”

그래 네가 원한다면 그러지 뭐.”

그는 저를 보면서 도망치려고 담배를 바닥에 껐기에 다시 담배를 입에 가져다 대려고 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그 담배를 낚아채고 입에 물었습니다. 그러더니 그는 자연스럽게 불을 붙였습니다. 학교 앞에서 대놓고 교복을 입고 말이죠. 신기한 것은 주변에 선생님과 어른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마치 이 순간이 기다린 것처럼 말이죠. 저번과는 같은 기분이 제 몸을 감싸 안았습니다. 몽환적인 느낌과 동시에 몸의 거부 반응이 왔습니다. 그 순간 선배들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갔습니다.

아침마다 우리 집 앞으로 와줘. 부탁이야.”

저는 그의 대답도 듣기 전에 선배가 올까 봐 재빨리 떠났습니다. 저는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도저히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와 친해지고 싶기라도 한 것인지 제가 말해놓고 알 수 없었습니다. 길거리를 걷는 동안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왜 그런지 집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계속 담배를 피우면서 왔기 때문입니다. 그제야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바닥에 꽁초를 버린 후 발로 짓밟았습니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죠. 왜냐하면, 어떻게 담배를 꺼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버지는 출근했는지 집에 없었습니다. 저녁에 볼 것도 없이 또 그 여자와 같이 들어올 것이 뻔했습니다. 엄마도 아니고 아내도 아닌 그저 술집 여자에 불과할 뿐인 그 사람과 말이죠.

저녁이 되자 당연하게도 그 둘은 집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지긋지긋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남았던 희망을 버렸으니까 말이죠. 그 여자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저를 부르며 말했습니다.

재하야. 아버지 좀 부탁해!”

그 말을 끝으로 가려던 찰나 제가 말했습니다.

저랑 얘기 좀 해요.”

? 무슨 얘기? 저번에 있던 그 일 때문이라면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그런 얘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잠시 나와 봐.”

저는 아버지를 침대 위에 눕히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녀가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려는 순간 제가 말했습니다.

저도 한 대 주세요.”

그녀는 순간 잘못 들었나 착각이라도 하듯이 저를 잠시 멍하니 쳐다보았습니다. 제가 한 번 더 말했습니다.

저도 한 대 주세요.”

당황하는 것도 잠시 이런 일이 익숙하기도 하듯 저에게 담배와 라이터를 주었습니다. 옆에서 제가 능숙하게 피우자 그녀가 말했습니다.

언제 배웠어?”

일주일 전에요.”

누구한테?”

친구한테요. 아버지는 모르세요.”

그래? 언제 알리려고?”

알아주기를 바랄 때까지요.”

그렇구나.”

그 말을 끝으로 그녀와 저는 담배를 다 피웠습니다. 그녀가 저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담배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핸드폰 줘 봐.”

여기요.”

핸드폰에 번호를 하나 적더니 저에게 담배와 같이 건네며 말했습니다.

여기. 이 번호로 연락하면 돼. 그리고 이거 받아

.”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갔습니다. 저는 밖에서 담배를 두 대 더 피웠습니다. 점점 몽환적으로 빠지는 느낌이 줄어들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아버지는 자고 있었습니다. 언제 제대로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부자간의 관계는 이미 뒤틀린 지 오래였습니다. 저를 정신병원에 처넣고 오지 않았을 때부터 망가진 관계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다른 관심을 언제부터인가 추구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그게 아버지일 수도 있고 이청하나 김한운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담배를 배우면서 가장 바뀐 점은 바로 탈선이었습니다. 사회에 묶여있지 않고 스스로가 특별하다는 점을 내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최소한의 예의를 위해 학교에는 갔습니다. 다만, 수업을 빼먹거나, 뒷산에서 담배를 태우거나 했습니다. 어느새 저도 모르게 김한운에게 이끌렸습니다. 저는 그와 같이 담배를 피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인정했습니다. 성민이가 죽어버린 이유에 대해서 말이죠. 그것을 인정하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김한운만 보면 이중적인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를 보면 처음에는 적개심, 복수심, 원망 이런 감정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을 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감정이 섞여 그에게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이런 감정들은 섞여 색이 뚜렷해지지 않았습니다. 좋지 않은 감정들은 마음속에 깊은 곳에 파묻어버리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꺼내도 된다는 생각으로 저는 저 자신을 부정해버렸습니다.

이청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무겁게 대하는 것 대신에 가볍게 대하기로 했습니다. 그저 아버지와 연관이 전혀 없는 친한 옆집 누나 정도로만 말이죠. 그녀는 제가 담배를 피우고 싶어 할 때마다 거의 매일 보는 사이이기에 한 갑씩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방 안에는 담배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에게 들키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그냥 책상 위에 차곡차곡 모았습니다. 한 번도 단 한 번도 아버지는 제 방에 들어오는 일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이청하는 가족사를 물었습니다. 저는 그 말에 대답을 간결하게 했습니다.

어차피 엄마가 되어 줄 것도 아닌데요. .”

그러자 그녀는 저를 한번 쓱 쳐다봤습니다. 아버지가 반한 이유를 알 정도로 그 모습은 엄청난 퇴폐미가 넘쳤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제가 그녀를 이성적으로 좋아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그런 모습을 지녔다고 말하는 것뿐이죠. 그렇게 저를 쓱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습니다.

그래. 네 말이 맞지. 알아서 뭐하냐. 나는 돈만 벌면 끝이지.”

그렇게 얘기를 끝내고 담배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말없이 그곳을 떠났습니다.

 

매일 한 갑씩 피는 담배, 수업을 빼먹는 저는 어느새 문제아가 되어있었습니다. 선생님은 그런 저를 위해서 상담을 받아보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싫다고 했지만, 이상하리만치 아버지가 그 일에 개입했습니다. 선생님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고 아버지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는 것을 보이라며 상담을 받으라고 통보를 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직 먹고 살려면 빌붙어야 하는 존재이기에 알겠다고만 했습니다. 바로 다음 날부터 상담이 시작된다고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별로 개의치 않았습니다. 보나 마나 수업과는 관련 없지만, 상담이 아닌, 주입식 교육 중 하나의 폐해일 것 같았습니다.

다음날 상담받아야 한다는 귀찮음이 몰려왔습니다. 받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서 김한운과 담배나 한 대 피울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아버지의 마지막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으니까요. 마지노선이 존재했습니다. 적어도, 저희 부자 관계에 있어서는요. 상담실은 2층에 있었습니다. 수업 시작하는 종이 울리고 2층으로 내려갔습니다. 방문을 열자 조금 통통한 체형의 중년 여성이 있었습니다.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가 제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다리를 풀었습니다. 저는 지독한 철칙이 하나 있었습니다. 내게 먼저 해를 끼친 사람이 아니라면 그 사람에게도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상담실에 마주 보고 놓여있는 소파 중 하나에 앉았습니다. 그녀가 말했습니다.

마실 건 필요 없니?”

. 괜찮습니다.”

그녀는 인스턴트커피 하나를 타서 소파에 앉고 자신의 테이블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수업을 자주 빼먹고 담배도 피운다고 들었어. 맞니?”

. 맞아요.”

왜 그러는 거야?”

수업도 딱히 듣기 싫고 담배는 친구한테 배웠으니까요. 솔직히 지금 상담 온 것도 이해가 잘 안 돼요. 제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것은 아니잖아요. 그냥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뿐인데 이렇게 상담을 받아야 하나요?”

상담사는 순간 말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더니 보드 게임 하나를 꺼내며 말했습니다.

이거같이 할래?”

저는 마침 상담도 받기 싫었습니다. 상담사가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제 과거사를 물을 수도 있고 가족사에 관해 물을 수도 있었습니다. 담배는 왜 피우게 됐는지, 수업은 어떻게 빼먹게 되었는지에 대해 그다지 친절하게 답변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드게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대답했습니다.

. 그러죠.”

그 이후로 서로 게임에 관한 말들만 할 뿐 그 이외의 주제는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저와 친해져서 다음 상담 때 어떤 얘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다음 상담도 그다음 상담도 그렇게 이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제가 궁금해졌습니다. 이 상담에 목적이 무엇인지 말입니다. 3주가 지났을 때 그날도 상담사는 보드 게임을 하나 꺼내려고 했습니다. 그전에 제가 말했습니다.

커피가 마시고 싶은데요.”

그래? 하나 타 줄게 잠시만 기다려.”

상담사님 상담은 안 하고 보드게임만 하는 이유가 뭐예요?”

그야 네가 마음을 열지 않고 말하기 싫어하니까, 억지로 하는 건 나도 싫어서.”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상담이라는 게 억지로 해서는 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 말을 들으니 모든 것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만 말하기로 했습니다.

선생님 만약에 친했던 친구가 생을 스스로 마감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많이 슬퍼하겠지. 그러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 묵묵히 할 것을 하겠지.”
상담사는 생각보다 그리 감정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공감과 위로보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하긴, 억지로 그러는 것보다는 이것이 훨씬 나았습니다. 저는 조금 더 얘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생을 마감한 것이 누군가의 괴롭힘으로 인한 타의적 자살이라면요?”

타의적 자살이라. 조금 복잡하네. 복수심으로 활활 불타오를 것 같아. 그러면 결론은 두 가지겠지. 참고 살거나, 아니면 복수를 하거나. 그렇지 않을까?”

여기까지만 듣기로 했습니다. 저 말을 듣자 하니 김한운에 대한 감정이 무뎌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이 무뎌진 감정이 제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아니면, 제가 이것을 부정하고 있는 걸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는 게 맞았습니다. 더 자세한 것은 나중에 이야기해도 될 테니까요. 제가 대답했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조금은 얘기할 마음이 생겼으니 내가 더 고맙지.”

그 말을 끝으로 상담실에서 나왔습니다. 다시 반으로 들어갔습니다. 여전히 조용하게 지낸 후에 종례하고 학교에서 나오자마자 김한운이 보였습니다. 오늘은 이상하게도 그가 보기 싫었습니다. 인사하는 그를 무시하고 집으로 걸어갔습니다. 제가 무시하는 것을 알았는지, 두어번 정도만 부른 다음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버렸습니다.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담배를 꺼내 피웠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오늘은 일찍 퇴근하셨는지 집 앞에서 마주쳐 버렸습니다. 저는 개의치 않고 그냥 피웠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다가오셨습니다.

언제부터 피웠냐.”

꽤 됐어요.”

그래.”

한마디 할 줄 알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그냥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짜증이 났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무관심이 제일 무섭다고 했나요. 진짜 그랬습니다. 인상을 찌그리고 담배를 다시 피우던 도중 김한운이 오토바이를 타고 제집 앞에서 멈췄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야 아까 왜 나 무시하고 갔어?”

못 들었어.”

그렇게 크게 불렀는데?”

그럴 수도 있지.”

말을 잇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까의 말이 계속 귀에 걸려서 오늘은 그와 어울리지 않고 싶었습니다. 아까의 그 말은 당연히 복수심에 불타오른다는 말이었습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오늘은 할 게 있어서 집에 먼저 들어가 볼게.”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응 그래. 다음에 보자.”

제 기분을 파악한 건지, 아니면 그도 무언가 바쁜 게 있었는지 오토바이를 타고 다시 가버렸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가방을 풀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과연 제가 이대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아버지에게 무언가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의 방 안으로 들어가자 그는 침대에 누워서 자고 있었습니다. 결국, 포기하고 다시 거실로 나왔습니다. 그가 왜 오늘은 이청하를 보러 가지 않는지 약간의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녀가 필요한 이유는 다름 아닌 담배 때문이었습니다. 하루에 한 갑에서 반 갑 이상을 피우고 있어서 그녀가 꼭 와야 했습니다. 저녁 늦게까지 아버지는 나가지 않았고 담배가 조금 절실해졌습니다.

3일 지나도 아버지는 일만 하고 돌아오셨고 이청하를 데리고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그에게 물었습니다.

아버지. 요즘은 그분이랑 안 놀아요?”

네가 알아서 뭐하게.”

저한테도 필요한 사람이라서요.”

고작 술집 여자가 왜 너한테 필요하냐.”

그런 게 있어요.”

술집 이제 안 간다.”

왜요?”

그냥 그런 일이 있었어.”

말하기 싫어하는 눈치를 챘습니다. 제가 찾아가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녀가 일하는 술집을 알고는 있었기에 해가 저물고 가기로 했습니다. 술집 앞에 도착했고 제가 들어갈 수는 없었기에 그곳에서 계속 기다렸습니다. 마치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말이죠.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그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8일째 그 술집을 운영하는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누구 찾는 사람이라도 있니?”

이때다 싶어 빨리 대답했습니다. 아마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그녀를 찾을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청하라는 여자를 찾고 있어요.”

누구?”

이청하요.”

! 열흘 전에 그만뒀는데.”

왜요?”

이제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하면서 그만뒀어.”

그만뒀다니. 물론 우리의 관계가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이 그만뒀다고 하니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저는 짤막하게 대답했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길을 걸었습니다. 무언가를 잃었는지 가슴 속이 조금 아려왔습니다. 그리고 담배를 구하지 못해 갈증을 느꼈습니다. 편의점이 아닌 슈퍼를 들어가서 담배를 샀습니다. 나이가 꽤 지긋한 늙은 할아버지가 운영하고 있어서인지 다행히 담배를 살 수 있었습니다. 교복을 입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어려 보이는 학생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거리를 걸으며 피웠습니다. 저의 중학교 생활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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