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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나는 죽기로 마음 먹었다

만취한 글

by 에세이와 소설 2025.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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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며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 옆에는 차가 있고 키보드로 타이핑하고 있다. 어쩌면, 이런 글이 많지 않기를 바람이지만, 있을 수밖에 없는 필연성이 슬프게 한다. 술을 마시고 쓰는 글이다. 물론, 만취하거나 취기에 몸을 기울일 수 없는 정도는 아니다. 그저 요즘 따라 혼자든, 친구든, 부모님이든 취기가 조금이라도 올라오면, 눈 밑의 애교살이 파르르 떨리며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 생각은 대부분 자해, 자살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아까 전자담배를 밖에서 피울 때 아름다운 여인을 보았다. 그 여인은 담배를 입에 물고 다리를 벌리며 쪼그려 앉아있었다. 순간 마음속에 있는 비교적 생각이 머릿속을 강타했다. 나는 왜 저리 태어나지 못했는가. 재능 하나 없이 결핍만 두고 태어난 나를 저주했다.

 

죄인이었다. 사회나 법에 접촉해 있는 그런 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사회에서 나는 암 덩어리인 존재였으며, 부모님에게는 어디 하나 모자란 존재였다. 한글도 울면서 배웠고 취직도 하지 못했으며, 그 흔한 대학교 졸업장도 안겨주지 못했다. 언젠가 어머니가 이런 말을 내뱉은 적이 있다.

 

혹시 네가 어디 정신적으로 모자라서 엄마가 다 들어줄거라는 생각을 하는거야?”

 

그 말을 듣자 나는 혼자 고뇌에 빠졌다. 내가 어머니에게 무슨 존재인지 말이다. 사실, 어머니는 여태까지 참고 있었다. 마치 나중에는 나아지겠지. 그러면 효도라는 것을 하겠지. 하지만, 어머니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나는 많이 나아지지 못했고 그것은 곧 요구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렇기에 낙인이 찍혔고 많은 불행한 타이틀이 내 이름을 앞서 채웠다.

 

지금의 상태

지금의 상태는 많이 나아졌다. 원래 먹던 약을 오분의 일로 줄였다. 물론, 아빌리파이정 주사를 400mg씩 맞는다. 그리고 약도 먹지 않으면 여러 부작용이 따라온다. 체온이 오르거나, 잠을 자지 못하거나, 비정상적으로 땀을 많이 흘린다. 약물 중독자가 돼버린 것이다. 독이 든 성배처럼 그것을 마실 수밖에 없는 선택지만 존재한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었다.

 

 

전문적으로 봐주는 사회복지사가 있다. 내 말에 공감도 많이 해주고 앞으로의 계획도 얘기해주곤 한다. 그런 상담사가 안쓰러워보였다. 나 같은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상대할까 싶어서였다. 그때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넌 너무 남들을 많이 배려해. 네 자신만을 위해 살아봐.”

 

그 말을 듣고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내 자신만을 위해 이미 살아왔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도 자퇴하고 첫 번째 대학교마저 자퇴하며 어머니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그리고 고 의는 아니지만, 담배를 태우다 불을 내서 무려 2천만원의 거금이라는 배상을 아버지가 한 적도 있다. 정신적으로 크게 힘들때에도 친구들에게 자살한다고 말하며 같이 술을 마셔달라고도 했다. 아버지의 말은 마치 반어법 같이 들렸다.

 

지금 타이핑을 하는 이 순간 그냥 죽었으면 싶다. 처음부터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내가 떠나면 슬퍼할 사람은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슬픔조차도 나에게는 사치다. 나는 어떤 사람인 걸까. 그냥 태어나지 않았으면 누군가에게 불행을 주는 사람은 되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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