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연의 발단
술에 취하고 자살 시도를 하고 그런 날이 반복되었다. 어떤 결핍이 있는 것이 분명했고 이런 결핍을 채우기 위한 관심이 필요했다. 누군가 공감하고 누군가 이해해주고 누군가 같이 자살해 주었으면 싶었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욕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 상대가 나와 너무 가깝지 않았으면 했다. 너무 가까우면 공감과 이해가 아닌, 해결책만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었다. 즉, ‘넌 이래서 안 돼’가 아닌, ‘힘들었겠다. 제발 살아주면 안 될까?’라는 답장을 더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군대에 있는 애들 아니면, 대학에 있는 애들 등 되는대로 전부 연락했다.
처음에는 그들은 나를 보살펴주었다. 최대한 어루만져주고 조심스럽게 대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대로 받는 스트레스가 있었다. 나는 그것을 고려하지 않은 게 독이 되었다.
터져버린 풍선
조그마한 관심은 더욱더 큰 관심을 얻기를 바랬다. 나에게는 여자인 친구가 있었다. 물론 서로 좋아한다던가 사랑한다던가 그런 관계로 발전하지 않는 친구였다. 그 애에게 처음에는 술을 간단하게 마시고 혼자 있는 느낌이 싫어 전화통화를 하며 시간을 죽였다.
그러나, 그 애의 허용범위를 점점 넘기 시작했다. 관심받기를 끝마치자 우울한 얘기들을 쏟아냈다. 그 우울한 얘기들의 종착은 대부분 엄청난 자기 비하와 자학, 자해로 이어졌다. 내가 자살 시도를 한다고 할 때 그 애는 제발 살아달라며 울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리고 말았다. 자살을 마음 머고 그 애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여태까지 내 말 들어줘서 고마워, 비록 죽을지라도 너만큼은 꼭 기억에 남을 거야. 있던 추억 없던 추억 전부 다 쏟아내고 가게 해줘서. 미안해.’
그런데 내 마음가짐과 다르게 죽지 못했다. 그래서 그 애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도 저번과 같이 내 마음의 동료가 될거라는 생각과 다르게 그 애는 모진 말을 쏟아냈다.
“야! 개새끼야! 그렇게 장난치면 재밌냐? 받아주다 보니까 끝을 몰라? 시발. 진짜 미치는 줄 알았잖아. 앞으로는 연락하지 마라.”
그 애의 이름을 부르며 끊지 말라고 했지만, 결국, 전화가 끊어졌다. 최근에 이사하였기에 집 주소를 알지 못해 찾아갈 수도 없었고, 카카오톡, 인스타, 전화, 문자 모든 게 끊어졌다. 이제 누군가에 풀 수도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다음 상대
애석하게도 거기서 나의 문제점을 찾았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남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악’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군대에 있는 대학 동기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이 그를 대했다.
그 애도 사실 공익을 갈 수 있었다.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집안의 반대로 현역을 지원하게 되었다. 그 애도 군대에서 적응하는 데 문제가 있었고 매우 힘들어했다. 또한, 자신의 핸드폰을 받는 휴식시간에 나랑 그리 통화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최후의 방법으로 관심을 받기 위한 마지막 카드를 썼다. 남의 심정은 전혀 고려도 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술을 미친 듯이 마시고 자해 사진을 보냈다. 그러자 곧이어 전화가 걸려왔다. 그 애가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 자살하려고.”
무슨 대답을 원했을까. 그 애는 한숨을 한 번 쉬더니 나에게 진실을 깨닫게 알려주었다. 내가 보고 싶지 않은 진실을 말이다.
“해. 병신아. 너 때문에 다른 애들도 얼마나 힘들어하는 줄 알아? 세상에 너만 사는 거 아니야.”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세상에 너만 사는 거 아니야.’ 그 문구가 가슴에 깊이 박혔다. 그 애하고도 연락이 끊어졌다. 그렇게 두명의 친구를 잃고서야 깨달았다. 나는 민폐만 되는 존재라는 걸 그래서 애들이 피하기 시작한다는 걸. 스스로 깨어나지 못하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도 없으며, 외톨이가 되었다.
'에세이 > 나는 죽기로 마음 먹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아가는 이유를 찾는 잘못된 방법 (0) | 2024.12.09 |
---|---|
용기 없는 다짐 (0) | 2024.12.06 |
꽃이 피는 줄 알았던 시기 (0) | 2024.12.05 |
부적응자라는 타이틀 (0) | 2024.12.04 |
두번째 외톨이 (0) | 2024.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