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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나는 죽기로 마음 먹었다

꽃이 피는 줄 알았던 시기

by 에세이와 소설 2024.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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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는 시기

 

나에게도 꽃이 피는 시기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 시기는 두 번째 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첫 번째 대학교를 겪고 나서 두 번째 대학교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사교성에 익숙해진 나는 선배, 동기 상관없이 아주 친해졌다.

 

지금은 있을지 모르지만, 그때만 해도 MT를 가기 위해서는 조별로 장기자랑을 하나씩 해야 했고 대부분은 아이돌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이었다. 나와 그녀의 인연도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녀와 합을 맞추면서 우리는 가까워져갔다. 짐을 들어주기도 하고 끝나면 단 둘이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통화를 두 시간을 넘게 하면서 말이다. 그녀와의 가까워짐은 나에게는 새로운 축복이었다.

 

MT가 끝나고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우리가 인연을 맺는 것에 같은 학과에서의 관심이 쏠렸다. 이제는 정말 달콤한 시기만 남았구나. 이제는 힘들지 않아도 되는구나. 싶은 마음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군대에서의 부적응

 

남자라면 피할 수 없는 시기가 온다. 바로 군대였다. 입대 전 나는 그녀에게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헤어짐이었다. 자신은 기다릴 자신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고 찰나 당황했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꽃은 언젠가 떨어진다.

 

입대 첫 날 나는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남들이 적응하며 아등바등하는 동안 내 사고로는 이곳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밤이 되면 눈물이 흘러나왔다.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 눈물은 내가 이곳에 있기 힘들다는 증거였다.

 

결국, 부적응 판정을 받고 밖으로 나왔다. 집에 돌아가자 부모님은 놀람과 동시에 나의 퇴소 사유를 보자 하나 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이것도 적응 못 하면 어떻게 해?”

 

그랬다. 이것도 적응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엄청난 우울감이 덮쳤다. 그 우울감은 말로 이룰 수 없었다. 군휴학에서 일반 휴학으로 바꾸면서 어떤 존재인지 의문이 들었다.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진 정신병자 취급을 스스로 받았다.

 

정신과

 

하루하루가 죽고 싶었다. 그와 동시에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아야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정신과를 택했다. 내가 사는 곳은 그때 당시 시골이었기에 정신과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 없었다. 처음 택한 곳은 가장 가까운 국립암센터의 정신과였다. 예약 날짜를 잡기가 빠듯해서 한 달 뒤로 겨우 잡았다.

 

한 달 뒤 떨리는 마음으로 그곳을 찾았다. 의사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자 별 것 아니라는 듯이 항우울제 두 종류를 처방해주었다. 이걸 먹으면 나아질 거라고 다독이며 약을 먹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고 그렇게 일주일 이상이 흘렀다. 하지만, 나아지는 것은 하나 없었다.

 

다음 예약 때가 되었다. 의사에게 진전이 없다고 말하자 의사는 심각성을 느낀 것인지 심리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비용은 삼십만 원이었다. 부모님에게 알리지 않은 채로 정신과를 다녔기에 용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돈을 빌려서 심리 검사를 했다.

 

심리 검사는 단순하지 않았다. 두 단어의 공통점, 그림에서 보이는 것, 사각형을 순서대로 놓는 등의 검사가 이루어졌다. 검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해도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면, 그냥 죽어버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점 말이다.

 

심리 검사 결과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약물을 추가로 받았다. 어느새 먹는 약물은 다섯 가지로 늘어있었다. 약을 침대 밑에 몰래 두었기에 먹을 때마다 번거로웠다. 의사는 부모님에게 알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지만, 완강히 반대했다. 안다면 무조건 다니지 말라는 말이 돌아올 걸 알기 때문이었다.

 

집에서는 부모님 앞에서 정상인인 척을 했고 혼자 있을 때는 깊은 심연에 빠졌다. 친구들에게는 어깨 탈골로 군대를 퇴소한 척해야 했으며, 선배들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스스로 가면을 쓰고 내 본래의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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