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SD
새로운 환경은 늘 나에게 불행으로 시작되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중학교도 크게 다르지 않게 다가왔다. 처음 학교에 출석한 그 날 나는 누군가의 장난으로 다시 혼자의 생활을 시작했다. 내 뒤에 앉아있던 애가 내 뒷덜미를 잡으며 나에게 말을 건 것이 화근이었다. 뒷덜미를 잡힌 나는 그것을 해코지하는 행위 중 하나로 받아들였으며 팔을 무섭게 쳐내고 말했다.
“하지 마!”
그 애는 당연히 당황했고 자신의 의도가 잘못 전달되었음을 깨닫기 전에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했다. 알고 보니 그 애는 같이 중학교에 진학한 애들과 꽤 두터운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느 곳에서나 무리는 생기는 것이 당연하고 나의 이상한 행동은 모든 무리에서 배척당했다.
수업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혼자 엎드려 공상하거나 잠이 드는 것이 일수였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럴 수는 없었다. 시끄러운 곳보다 조용한 곳을 찾았다. 나의 선택은 빈 교실이었다. 수업 시간에는 갈 수 없기에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만 되면 그곳을 찾았다.
사고
어머니는 내가 친구 한 번 만나러 나간다는 말, 약속이 있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자 내가 내향적이라며 무작정 활동적인 배드민턴부에 들어가게 했다. 문제의 시작, 사고의 시작이었다. 체육 선생님은 나의 배드민턴 자세가 좋지 않다며, 다른 애들과 랠리를 하기는커녕 혼자서 연습을 시켰다. 나도 이제는 변화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기에 열심히 했지만, 체육선생님은 공평하지 않았다.
다른 애들에게는 선수를 제안하고 열심히 가르쳤다.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열심히 했다. 배드민턴 채도 어머니에게 졸라서 무려 12만 원짜리를 구매했다. 그것도 동기부여가 돼서 열심히 했지만, 다른 애들과 단 한 번도 셔틀콕을 주고받은 적이 없었다. 배드민턴 채는 그대로 반에 방치되었고 나는 결국, 그곳에 가지 않았다.
나의 주관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사춘기가 온 남자애들은 자신의 서열을 명확히 해두고 싶어한다. 자신이 어느 위치인지 인식하고 그것의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한다. 남들에게 나는 최하위 먹잇감이었다.
어느 날 방치된 배드민턴 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책상 위에 놓고 고민할 때 한 애가 나에게 물건을 던졌다. 나도 모르게 배드민턴 채로 쳐서 막았다. 내가 일어나자 그 애는 자신의 필통에 있는 물건을 던지기 시작했고 그것을 받아쳤다. 그러던 중 커터칼이 날라왔고 배드민턴의 줄은 끊어짐과 동시에 나의 이성도 끊어졌다. 배드민턴 채를 바닥에 마구잡이로 쳐댔고 형체만 겨우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남았을 때 정신이 돌아왔다.그 애는 당황했으며 주변에 있는 애들도 그 광경을 지켜봤다. 그 애가 말했다.
“야 미안하다.”
진심은커녕 장난기로 도배된 말투였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그 애는 슬그머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암묵적인 사회적 자살
그 일이 있고 나에게 관심 없던 아이들도 이제는 작은 관심뿐만이 아닌 혐오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에 맞춰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했다. 등교해도 수업을 빼먹는 일이 있었고 어떨 때는 학교에 아예 가지 않는 일도 있었으며, 심하면 가출까지도 했다. 그것도 전부 혼자서 말이다.
선생님은 나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향적인 것을 알고 있었으나,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말이다. 그래서 상담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엄마를 데려온 나에게 말했다. 엄마의 말은 지금 나에 대한 것이 아닌, 미래의 나의 걱정이 먼저였다.
“그런 거 하면 생활 기록부에 다 남는 거 아니에요?”
여린 감정을 가지기만 한 나는 그때 엄마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지금의 나를 걱정해주지 않는 생각이 머릿속에 먼저 스쳐 지나갔다. 이것은 다음에도 한 번 더 나오게 된다. 선생님은 생활 기록부에 남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나서야 엄마는 안심한 채로 상담을 맡겼다.
상담사는 친절하지도 무뚝뚝하지도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조금 특이했다. 내가 먼저 말을 하기를 원했기에 먼저 묻지 않았다. 상담은 총 10회를 했지만, 한 것이라고는 그저 보드게임뿐이었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처음에 내가 저지른 행동이 그대로 돌아온 것으로 생각했다. 사회의 기초 중에서 기초인 학교에서 나는 사회적 자살을 당한 것인지 한 것인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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