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판정

병원 수기

 

첫 병원에 방문했을 때는 19살이었고 별 것 아닌 거로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약을 먹으면 괜찮아지겠지 싶었다. 그때는 아티반이라는 약물 하나만 처방받은 채였다. 약물을 먹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에게 정신과를 다닌다는 사실을 들켰다. 부모님은 정신과가 나에게 큰 오점으로 남을 줄 알았고 계속 다닌다면 용돈을 끊어버리겠다는 말을 했다. 부모님의 용돈 없이 살 수 없었던 나는 결국, 급하게 병원에 가서 다 나은 척 괜찮은 척을 하며 나와야 했다.

 

두 번째로 병원에 방문했을 때도 부모님 몰래 갔다. 이번에는 큰 대학 병원이었다. 그곳에서는 나를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판별했다. 항우울제와 급성 불안 장애에 필요한 약을 처방해주었다. 다행히도 그때는 휴학 중이라서 낮에 병원을 갔다 오면 아무도 모르는 채로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나의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일곱 가지가 넘는 약물을 먹게 되었다. 의사는 내게 부모님에게 알릴 것을 요구했고 몰래 상담하는 상담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의견에 나는 완강히 반대했다. 하지만, 약값이 점점 부담되었다. 용돈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왔고 나는 마지막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큰 바위에 부딪히는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에게 말을 했다. 왜 이제야 말했냐며 나를 나무랐다. 그래서 과거의 얘기를 꺼냈다. 나에게는 비밀을 공유하기 힘든 트라우마가 남았지만, 부모님은 기억이 안난다며 모른 척 했다. 충격이었지만, 지금 급한 것은 그것이 아니니 넘어가기로 했다.

 

 

심각한 판정

 

이번에는 제대로 된 규모의 정신과가 있는 대학 병원으로 옮겼다. 그곳에서 여러 검사를 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뉴스나 TV에서나 보던 병명이 내 진료기록에 남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조현병이었다. 여태까지 착각으로 보고 착각으로 들었다고 생각한 것이 환청, 환각이라고 생각하니 큰 불안감으로 다가왔다.

 

다행인 것은 이번 의사는 파격적이었다. 말이 좀, 이 상하긴 하지만, 전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물을 전부 제외하고 새로운 약물을 주었다. 그리고 동의서를 작성할 만큼 위험성이 있는 약물도 처방해주었다.

 

그것을 먹은 이후로는 다행히 환각이나 환청은 보이거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왜 내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에 대한 물음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그런 의문이 계속 꼬리를 잡고 늘어졌다.

 

“나는 이 사회에서 어떤 구성원이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사라진다고 해도 남길 것 하나 없고 별다른 균열이 생기지 않는다면, 나는 왜 살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