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자격 박탈 (장편 소설)

#006

by 에세이와 소설 2024. 11. 11.
반응형

다음날이 되고 그래도 2시간 정도는 잤는지 졸음이 몰려오지는 않았습니다. 아니면, 긴장된 탓인지도 모릅니다. 아버지가 제 문을 두 번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일어나라. 준비해야지.”

저는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해 샤워했습니다. 샤워하는 동안 일부로 몸을 박박 씻었습니다. 시간이 느리게 가길 빌면서 말입니다. 언젠가는 나가야 했기에 물기를 닦고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렸습니다. 옷을 입자 그제야 현실감이 머리를 치고 지나갔습니다. 내가 가는 곳은 일반 사람들이 가는 병원이 아니라는 점을 말입니다.

차를 타고 30분 정도 이동했습니다. 꽤 큰 건물의 병원이 저를 맞이해주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대기의 연속이었습니다. 기다리다가 정신건강의학과라는 글씨가 써진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저와 나이가 비슷한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더 외로웠고 더 우울했습니다. 차라리 제 또래 같은 사람이라도 보이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위안이라도 삼을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주변을 둘러보다가 어느새 간호사가 제 이름을 부르며 진료실에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아버지도 함께 들어갔습니다. 의사는 저에게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아버지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대답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곧이어 진료실에서 나왔고 간호사가 말했습니다.

우선 먼저 심리검사가 필요하다고 해서요. 지금 당장은 예약이 꽉 차 있어서 힘들고요. 다음 주에 오시겠어요?”

저의 의견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간호사도 제가 아닌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말했으니까요. 아버지는 저를 보지도 않고 독단적으로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이후로 병원 밖으로 나와 차를 타고 다시 집으로 갔습니다. 집에 가는 동안 우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말한 것은 그저 병원 주차장 밖으로 나갈 때 영수증을 내밀며 열어달라고 한 것뿐이었습니다. 집으로 가자마자 저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갑자기 식은땀이 흘렀고 심장이 조금 빨리 뛰었습니다. 어쩔 줄 모르고 방안을 계속 원형을 그리며 돌아다니다가 침대에 발이 걸려 침대 위로 넘어졌습니다. 잠을 별로 못 자서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다행히도 잠이 들 수 있었습니다.

일어난 시간은 저녁 11시였습니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 밖으로 나오자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안방 문을 열어보았을 때 아버지는 자고 있었습니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다음 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다음날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다시 자야 했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책장에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동이 텄습니다. 새벽 430분인데도 불구하고 해가 뜨자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학교에 가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 같았으니까요. 살짝 어두운 배경에 작은 햇살이 뜨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잠시 해가 완전히 쨍쨍하게 내리쬐었습니다. 아침 6시쯤 되자 밖에서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슨 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바로 자는 척을 했습니다. 상황이 맞았는지 아버지는 제 방문을 한번 열어보고 다시 나갔습니다. 혹시 몰라 30분 동안 자는 척을 했습니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학교까지는 9시까지만 가면 되기에 아직 2시간이 넘게 남았습니다. 밖에서라도 이른 시간이니 산책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 누구도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지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간단하게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사람이 한두 명밖에 없는 거리를 걸었습니다. 공기가 실제로 맑았는지는 모르지만, 탁 트힌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1시간 정도를 걷자 사람들이 점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서 흘린 땀을 씻기 위해 샤워했습니다. 가방에 물건을 챙기고 밖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현관문에서 고민했습니다. 과연 제가 이곳을 나가면 고통받는 곳밖에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가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아버지가 저에게 가지는 최소한의 기댓값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 기댓값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무슨 일을 당할지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현관문 밖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밖에 나가자 일부로 거리를 돌고 돌았습니다. 사람이 잘 안 오는 쪽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돌고 돌다 보니 어느새 등교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학교로 향해 걸음을 옮겼습니다. 제가 학교에 들어오자마자 선생님은 그다음부터 들어오는 학생들을 잡아 지각생으로 취급하고 운동장을 몇 바퀴 돌게 했습니다. 그 애들과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고 접점이 없도록 조용히 학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막상 앞에 마주하고 보니 두려움이 다가왔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는 과정도 힘들어서인지 아니면 두려워서인지 다리가 조금씩 떨렸습니다. 3층에 다다르고 반으로 걸어갔습니다. 반 앞에 도착하고 계속해서 그 주변을 걸으며 고민했습니다. 애들은 그런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았지만, 딱히 말을 걸거나 아는 척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도피를 선택했습니다. 이번에도 거짓말을 해서 보건실에 누워 있으면 될 거로 말입니다. 그래서 보건실로 가려는 순간 모퉁이에서 누군가와 부딪혔습니다. 저는 뒤로 살짝 넘어졌습니다. 부딪힌 사람은 다름 아닌, 선생님이었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여기서 뭐 해. 이제 조례할 시간인데.”

. 그게. 제가 몸이 좀 아파서요.”

그러자 그는 자세를 낮추고 손에 맥박을 재보는 둥 이마에 손을 갖다 대서 열을 재보는 둥 했다. 돌아온 대답은 당연했습니다.

몸에 이상 없는 것 같은데?”

그 자리에서 엄청난 부정을 하고 싶었지만, 이미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앞에 아버지라도 둔 것처럼 이번에도 작은 목소리로 힘없게 대답했습니다.

.”

그리고 선생님은 자신의 손에 제 손을 잡은 채로 거의 끌고 가다시피 반으로 저를 들어가게 했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다시 떨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번보다는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할 만한 정도였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확실히 떨고 있는지 보일 정도였습니다. 저번과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선생님은 자기 옆에 저를 앉히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조례가 끝나자 반 밖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저에게 싸늘한 눈초리 하나를 보내는 것으로 제 행동은 거짓말로 판별되었습니다. 주변 애들은 저에게 더욱 가까이 오지 않았습니다. 마지 희귀한 전염병에 걸린 사람처럼 대했습니다. 책상이나 의자를 조금이라도 저에게 더 멀어지려고 했습니다. 저는 떨리는 것도 모자라 시야도 흐려지는 듯했습니다.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습니다. 운동장에 나오자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 마음이 들자 다행히도 떨림이 멈추었습니다. 저도 이제 자신을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 조퇴하려고 선생님을 찾아가려고 하자 다시 몸이 떨렸습니다. 그 상태로 교무실로 들어가 선생님 앞에 앉았습니다. 아무 말 없이 조퇴하라고 했습니다. 그 상황을 만족해야 하는지 아닌지 헷갈렸습니다. 저는 다음 주까지 그렇게 계속해서 조퇴했습니다. 아버지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반응형

'소설 > 자격 박탈 (장편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008  (0) 2024.11.11
#007  (0) 2024.11.11
#005  (0) 2024.11.11
#004  (0) 2024.11.11
#003  (0) 2024.11.11